조이 이야기 by 유월

작가 후기를 보면서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그래,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어. ‘마지막 행성’에서 조각 몇 개가 빠졌다고 생각했다는 것 말입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설명을 요구하는 독자들의 등쌀에 떠밀려서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조이 이야기’ 라고 합니다.

이야기의 시간과 장소는 ‘마지막 행성’ 과 겹칩니다. 페리 일가가 로아노크 행성에서 겪은 일을 조이의 시점으로 그립니다. 여기에 조이 자신만의 이야기가 겹쳐지죠.

전작에서 사라졌던 조각들이 이 작품을 통해서 맞춰집니다. 쥔장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사실들이 밝혀지네요. 개척민을 잡아먹었던 로아노크 토착민은 어떻게 되었나, 조이는 어떤 방법으로 콘수의 기계를 가져올 수 있었나, 가우장군과 어떤 일이 있었는가 등등. 이제 속이 좀 시원해진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이 책을 궁금증 해소 차원으로만 본다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 중에 꽤 많은 부분이 조이의 이야기 - 그러니까, 조이 혼자만의 이야기 - 에 할애 됩니다. 물론 지금까지 계속 등장했지만, 조연에 머물러서 혼자만의 이야기를 갖지 못했던 인물이 전면으로 나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죠. 안 좋을 수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을 다른 시점으로 되돌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이런 부분 외에, 역자 후기에서 언급하듯이 사뭇 달라진 분위기도 나름 매력적입니다. 전작들이 화약과 기름 냄새가 났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사람 냄새가 납니다. 십대 소녀의 발자취에서 사람 냄새가 안 날 수 있나요. 아, 그렇다고 머리에 꽃을 꽂고 우후후후~ 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작가가 기존에 보여줬던 스타일이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유머 역시 여전하구요. (조이가 늦게까지 놀고 싶어서 오빈과의 협정을 들먹이자, 제인이 1000 페이지 넘어가는 협정문을 들고와서 관련 조항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했다는 대목에서는 미친 듯이 웃었습니다.)

어쨌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조이는 대단한 아가씨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큰일을 겪어왔으니 대단할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좋은 부모 아래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영향이 클 겁니다. 그래도 존 페리 할아버지의 영향은 좀 덜 받는 게 좋지 않았을까. 쿨럭~ 입담이 아주 끝내주네요. 뭐, 입은 다소 험해도 무척 사랑스러운 아가씨인 건 분명합니다. 담대한데다가 사랑스럽기까지 하니 나중에 큰 인물이 되겠어요. 성인이 된 조이 이야기가 시리즈로 나온다면 꽤 재미있을 것 같은데,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겠죠. 쿠핫~

정리하자면,

단숨에 읽었습니다. 대놓고 ‘완벽했어!’ 라고 말하기는 뭐합니다만, 읽으면서 ‘좋았어!’ 를 연발했다는 건 과장이 아닙니다. 자, 이제 노인의 전쟁은 정말로 끝나버렸으니 차분하게 작가의 차기작을 기다려야겠습니다.

덧 하나.
십대 말투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는지 ‘짱나’ 같은 번역이 나오네요. 낯설기는 한데 크게 문제는 없으니까 패쑤.

덧 둘.
급하게 서둘러서 정발한 건가? 몇몇 오탈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덧 셋.
노래는 우주 공통언어.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래를 배웁시다.



덧글

  • 가면대공 2012/09/17 12:33 #

    오탈자는 마지막 행성에서도 발견 되었지요.... 제가 보기에는 검수팀이 따로 없고, 번역자가 오탈자를 본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유월 2012/09/17 13:30 #

    아, 그랬었나요. 전작에서는 크게 의식하지 못했는지 잘 몰랐습니다. ㅡ ㅡ;
    조이 이야기에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눈에 들어오더군요.
  • twinpix 2012/09/17 12:34 #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스칼지 작품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유월 2012/09/17 13:32 #

    옙. 재미있었죠. 오빈이 이렇게 귀여운(?) 종족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ㅎㅎㅎ
    왠만큼 지명도가 올라갔으니 다음 작품도 정발되지 않을까 기대 중 입니다.
  • 오즈 2012/09/18 09:12 #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역자로서도 기쁩니다. 오탈자는 늘 문제랍니다. 역자도 보고, 편집자도 보는데 꼭 빠짐없이 나오더라고요.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존 스칼지의 다음 작품들도 기대가 큽니다.
  • 유월 2012/09/18 10:48 #

    허걱. 번역자분이셨군요. 오탈자라는 게 옥의 티라서 신경쓰이는 건 어쩔수가 없네요.
    좋은 작품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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