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인랑의 좌우 반전 by 유월

곧 있으면 개봉할 인랑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좌우가 반전되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게 영화를 안 볼 이유 중에서 그렇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좀 의아합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는 내용입니다만, 인랑의 주요 갈등 요소는 좌우 이념 대립이 아니라 조직 사이의 갈등입니다. 수도경 공안부와 수도경 특기대 사이의 다툼이 원인이죠. 애초에 좋은 놈과 나쁜 놈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수도경의 하부 조직들이 자기 밥그릇 지키겠다고 서로 뒤통수 치는 와중에 갈려나가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짝 오바해서 이야기하자면, 조직이라는 존재가 개인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 라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작품 해석의 문제이고 개인적인 해석이니까 반론은 환영합니다만, 어찌 되었든 원작을 기준으로 봤을 때, 자기 혼자 살아보겠다고 같은 편끼리 싸우는 얘기인 이상, 좌우가 반전되어도 별 영향이 없습니다. 전공투에 가담했던 오시이 마모루의 경험이 반영되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랑에서 좌우 대립은 스토리를 전개하기 위한 배경에 불과합니다. 좌우파 사이의 정치적인 대립을 주제에 끼워 넣고 싶었다면 오시이 마모루가 가만히 있었을까요. 작품을 접할 때마다 ‘아~ 이 사람 왜 이리 혓바닥이 기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흐름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주절주절 떠들어대는 사람인데 말입니다. 여담으로, 예전에 이노센스를 보고 아주 학을 떼었습니다.

그러니까, 으아니! 좌파와 우파를 반전시켜 놓다니! 라는 말은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물론 이번 영화판 감독이 원작의 방향을 이상하게 틀어버린다면 말짱 꽝이 될 겁니다. 그런데 지금 그걸 알 수가 있어야 말이죠. (본격 미래를 달리는 관객) 안에 들어있는 게 금인지 납인지 알려면 뚜껑을 따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예상 하나. ‘그럼 너는 볼 거냐? ‘ 라는 말이 나올 때가 된 거 같은데...현 시점으로는 보고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듭니다. 개봉 후 올라오는 평가를 보고나서 결정하렵니다. 많이 얍삽하죠. 하핫~

걸리는 부분은 퀄리티와 분위기인데, 과연 애니메이션 판 만큼의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원작의 건조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잘 살려낼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있습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었지만 해외 SF 영화 제작비와 비교했을 때 저저예산 - 오타가 아니라 저예산보다 더 저예산이라는 의미로 - 이라는 말을 들어서 불안하고(돈! 돈! 돈이 필요하다!), 분위기 쪽으로는 한국 영화의 쓸데없는 신파 만들기 때문에 불안하네요. (그리고 제발 뜬금없이 키스신 같은 거 넣지 마라.)

며칠만 지나면 개봉을 할테니까 어떤 물건인지는 금방 알 수 있겠죠. 사실 어떤 물건이 튀어나올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뭐, 그때까지는 읽던 책이나 마저 읽으면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야겠습니다.


덧.
쓰고 나니까 옥자 개봉했을 때 ‘이런 좌빨 영화가 있다니! 으아아아~! 이거슨 좌빨들의 농간이야아~!’ 라고 절규하던 누군가가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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